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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의봄

서촌 오픈북



서촌사람 인터뷰② 이혜미


서촌의봄이 '오픈북'의 이혜미 대표와 2022년 1월 이메일로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서촌 통인동에 위치한 'Openbook'은 음식과 관련된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쿠킹 스튜디오입니다.


이혜미 대표는 쿠킹 클래스 등을 통해 만나실 수 있습니다.







 


서촌에 오픈북이 생긴 이유




(서촌의봄)


언제 어떤 계기로 서촌을 처음 알게 되었나요?


(이혜미)


대학생 때부터 좋아하던 동네였어요. 처음 왔던 건 학교 과제 때문인데 간판 디자인 조사를 했어요. 골목 구석구석을 누볐던 기억이 나요. 그 후로는 계절에 한번 정도는 왔던 것 같아요.


(서촌의봄)


'오픈북'을 다른 지역이 아닌 서촌에서 연 것은 어떤 이유가 컸나요?


(이혜미)


궁 근처의 동네들을 예전부터 좋아했어요. 대학생 시절에는 두 학기 동안 계동(북촌의 동 이름)으로 교육 봉사를 다녔어요. 그때부터 서촌, 북촌을 더 자주 오게 됐죠. 서촌은 느리게 가는 동네 풍경이 좋았어요. 높은 건물들이 없어서 계절을 더 맞닿아 느낄 수 있는 점도 좋고요.


지금 오픈북 장소는 첫눈에 반했어요. 여러 곳을 알아봤지만 지금 자리만큼 예쁜 그림이 그려지는 곳은 없었어요. 건너편 창 너머로 초록 잎 가득한 가로수가 인상적이었어요. 즐겁게 요리하는 주방의 모습이 떠올랐는데 햇살과 계절의 변화를 함께하는 서촌이라면 더할 나위 없다고 생각했죠.


(서촌의봄)


서촌에서 '오픈북'을 연지 1년 반 정도 되었는데 감회가 어떤가요?


(이혜미)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나 싶어요. 코로나와 함께한 다사다난한 1년 반이었어요. 창문 너머 은행잎을 보고 이렇게 1년이 지났구나 실감했어요.


(서촌의봄)


서촌에 대한 생각이 오기 전과 달라진 점이 있나요?


(이혜미)


서촌은 오래 있을수록 더 좋아지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동네에 알지 못하는 곳들이 많았는데 하나둘씩 찾아가는 재미가 있어요. 요즘엔 여기 이런 게 생겼나 싶을 정도로 재미있는 상점들도 많이 생겨 동네가 바뀌고 있는 것 같아요.



 


오픈북?





(서촌의봄)


흔히 Openbook 은 책을 참고할 수 있는 시험으로 알려져 있는데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영어로는 '비밀이 없는 사람' 이란 뜻도 있네요.


(이혜미)


여러 이름을 고민했는데 어려운 단어 보다는 기억에 남는 긍정적인 메세지가 담긴 이름을 원했어요. 그러다 떠오른 단어가 '오픈북' 인데 누구에게나 긍정적인 이미지란 생각이 들어 결정하게 되었어요. 요리에 국한된 단어가 아니고 교육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점도 좋았어요.


(서촌의봄)


로고가 'About food and more'인데 'more' 부분이 궁금하네요.


(이혜미)


요리하는 공간이라고 해서 요리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는 작은 포부(?)가 담긴 메세지에요. 단순히 먹고 마시는 즐거움 이상으로 요리라는 게 사람들을 이어주고 모아주고 그 가치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오픈북' 도 다양한 가능성을 향해 나아간다는 의미에서 'more' 표현을 덧붙이게 되었어요.



 


쿠킹 클래스




(서촌의봄)


일식과 프랑스식 두 과정이 있었는데 11월부터는 프랑스식 과정만 있네요.


(이혜미)


네 최근 저희 자매가 함께 운영하던 방식에서 제가 단독 운영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게 되었어요. 프랑스식에 국한된 요리가 아닌 다양한 요리들을 시도해볼 예정이에요.


(서촌의봄)


최근 수강 인원을 한번에 최대 6명에서 4명으로 줄였네요.


(이혜미)


혼자 하게 되면서 운영 방식을 고민했어요. 수강생 분들과 조금 더 가깝게 소통할 수 있는 방식이 좋지 않을까 싶어 인원수를 줄이고 더 짜임새 있는 수업으로 진행 중이에요.


(서촌의봄)


※ 참고로 최근 오픈북이 기존 원데이클래스 외에 정규클래스(4회과정)를 시작했는데 이번 인터뷰에 담지 못했습니다. 오픈북 사이트에 들어가시면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혜미가 궁금해



(서촌의봄)


오픈북 전에는 어떤 일이나 공부를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원래 전공이 요리인가요?


(이혜미)


원래 전공은 디자인이에요. 지금도 시각적인 이미지를 다루는 작업들을 좋아하는 게 그 영향이 큰 것 같아요. 제품 디자인을 배웠지만 지금은 맛있는 요리를 디자인하고 있는 게 참 재미나기도 해요.


(서촌의봄)


요리 외 다른 일도 하셨는지?


(이혜미)


디자인 전공 후에 디자인 일을 했었어요. 덕분에 스튜디오의 인테리어와 로고 디자인 모두 제가 할 수 있었어요. 지금도 요리를 대하는 시각이 디자인적인 접근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서촌의봄)


일 외에 하시는 것(취미 등)이 있나요?


(이혜미)


쉬는 날 쉬는 것 보단 활동하며 에너지를 얻는 사람인 것 같아요. 바다, 산, 들, 계곡 할 거 없이 자연을 눈으로 담고 식재료도 먹어보며 공부하는 편이에요. 날씨가 좋으면 나가서 걷고 때로는 등산이나 여행을 가기도 해요.



 


파리, 르 꼬르동 블루




(서촌의봄)


프랑스 르 꼬르동 블루 요리학교를 나오셨어요. 요리 디플로마(DIPLÔME DE CUISINE) 과정을 다니신 건가요?


(이혜미)


그랑 디플로마(LE GRAND DIPLÔME) 과정을 이수했어요. 복수 전공 같은 건데 프랑스 요리와 제과, 파티시에를 한번에 이수하는 과정이에요.


(서촌의봄)


요리 수업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어떠했는지 궁금합니다.


(이혜미)


사실 두 과정을 한번에 이수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어요. 거의 주 6일 학교에서 지냈던 것 같아요. 학교 수업은 시연(데모) 수업과 실습 수업으로 이루어지는데 대학 강의 같은 필기 수업 후에 실습 수업을 연이어 듣는 방식이에요. 엄청난 양의 식재료에 둘러싸여 매일 요리하고 먹어보고 또 요리하기를 반복했던 것 같아요.


(서촌의봄)


거주는 어떻게 하셨나요?


(이혜미)


저는 학교 근처에서 주로 지냈어요. 그랑 디플로마 학생들은 다른 과정 학생들보다 학교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등교도 이르고 하교도 늦은 편이라 7구와 15구에서 지냈어요. 학교와 에펠탑이 모두 가깝고 살기 좋은 동네라 등하교 길이 행복했던 기억이에요.


(서촌의봄)


파리 생활은 어떠셨나요? 언어 소통이나 다른 어려움은 없었나요?


(이혜미)


요리 학교는 국제적인 학교라 영어만 해도 학교생활에는 지장이 없었어요. 불어를 짧게 구사할 수 있지만 일상에서 불편함이 있기도 했어요. 행정 처리나 관공서에서 컴플레인을 해야 할 경우에 영어가 불쑥 나와 힘든 상황들도 몇 번 있었어요.


(서촌의봄)


수업 외에는 어떻게 지내셨는지 즐거운 추억이 있다면 조금만 얘기해주세요.


(이혜미)


파리에서 힘든 기억보다 즐거운 기억이 더 많아요. 주 5~6회 학교에 다니면서도 틈틈이 파리를 만끽했어요. 빈티지 그릇을 좋아해서 주말마다 벼룩시장에 다니곤 했는데 길에서 벼룩시장 그릇 아저씨를 우연히 만나 인사할 정도로 시장에 자주 갔었어요.

주말마다 열리던 마켓들에서 산 채소를 요리해서 맛보고 소소하게 지내던 모든 시간들이 즐거운 추억이 된 것 같아요.



 


오픈북의 미래



(서촌의봄)


프랑스식 제과점을 추가로 오픈할 계획이시죠?


(이혜미)


아직 어떤 형태로 오픈하게 될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편한 접근성을 가진 샵을 작게 나마 열어서 오픈북의 요리를 조금 더 쉽게 접할 수 있게 해보고 싶어요. 그게 서촌을 기반으로 한다면 더욱 좋을 것 같아요.


(서촌의봄)


그 외 어떤 바램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꼭 일이 아니어도요.


(이혜미)


1년 반 오픈북을 운영해오는 동안 다양한 분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어요. 힘든 시기였지만 오픈북의 요리를 통해서 인연이 닿았다는 사실이 뿌듯해요. 일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정작 제가 많은 에너지를 얻은 것 같아요.

어떤 형태로든 앞으로도 이렇게 계속해나갈 수 있는 활기 넘치는 일들을 해나가고 싶어요.




 


인터뷰를 마치며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주신 오픈북 이혜미 대표님께 감사드립니다. 계속해서 달려나가는 모습을 응원하겠습니다. 그리고 어쩌다 한 두 번은 쉬었다 가는 것도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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